<사진=한병희>

자의적이고 편협적 태도 반박.. 언론에 대한 불만 또 다시 표출 -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와 관련, 일부 언론들이 사설 등을 통해 대통령의 역사관을 지적하고 나서자 청와대는 홈피를 통해 곧바로 이들 신문에 반박의 글을 실었다.

청와대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한 일부 신문의 사설은 역사적 진실 규명의지마저 '정쟁의 잣대'로 바라보고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반민족 친일행위와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언급,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진상을 명확히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일부 신문들의 태도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3.1절과 광복절 기념사에서 역사바로세우기를 언급할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비판적 논조를 되풀이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노 대통령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국가기관의 은폐와 비협조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돼선 안되며 고백해야 할 일이 있으면 기관이 먼저 용기 있게 밝히고 새롭게 출발해야 더 큰 신뢰를 쌓고 올바른 권위를 세울 수 있다는 취지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어 대통령의 이같은 과거사 언급이 이제 와서 "기득권을 박탈하고 처벌하자는 얘기도,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결단과 새로운 신뢰를 쌓기 위한 제안이다. 후손들에게 정의와 양심이 살아 있는 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일과 밝힐 것은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한 뒤 그 토대 위에서 용서하고 화해할 때 신뢰가 싹트고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부연설명을 달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부 언론은 민생과 경제가 중요한데 과거에 매달려 있다거나 정략과 정치공세 차원에서 과거사 규명 국회특위를 제안한 것인 양 비판하고 나섰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또 청와대는 이들 신문들이 비판에 앞서 과거사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한결같이 전제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그 근거로 제시한 16일자 신문들의 사설을 보면, "과거의 잘못에 대한 규명과 반성은 필요하다"(중앙 사설)거나 "과거사 정리는 필요하다. 밝힐 것은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명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동아 사설)이라거나 "친일행위 규명은 필요하다. 또 국가권력의 불법적 인권침해도 밝힐 게 있으면 밝혀야 할 것"(한국 사설)이라고 했지만 속내는 딴판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와대는 이들 신문들이 진정한 통합과 미래를 향한 진실 규명을 정쟁 차원의 정치공세로 폄훼하고, 마치 역사를 바로 세우면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과장하고, 국론분열을 부추겨 나라가 결딴날 것처럼 곡해하는 논리가 상당수 사설의 논조를 이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특히 이날짜 조선일보 사설을 겨냥, '친일과 항일, 좌우의 대립, 독재와 민주세력간의 대결 등 분열과 반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는 대통령의 간곡한 언급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는커녕 외려 국론분열과 반목을 부추기는 '억설(臆說)'로 일관했다고 반박했다.

이와함께 해방 이후 극심한 좌우대립으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분단 상황으로 고착화하는 시기를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부딪친 시기로만 좁게 규정하는 대단히 자의적이며 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재와 민주세력간의 대립의 시대를 층위가 다른 구분법인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립으로 환치하는 것도 조선일보만의 편의적 구분법이며, 자주국방을 강조한 대목을 문제 삼는 논조도 편협하다고 비난했다.

청와대는 또 참으로 어려운 논리와 용어를 동원한 사설은 구시대적이고, 퇴영적인 독선이 아닐 수 없다면서, 구시대의 불법행위에 대해 언론이 앞장서 밝히지는 못할 망정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국정순위에서 '뒷전'이라고 딴전을 부리는 숨은 뜻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의 이날 일부 신문들의 사설에 대한 비판성 공격은 전일 치러진 대통령의 8.15경축사 발언이 왜곡 전달됐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내심은 일부 보수성격의 신문, 특히 조선일보 등에 집중 공격성 발언을 퍼부은 것으로 미뤄 한동안 뜸했던 대(對)언론공격이 이번 경축사 발언에 대한 사설을 계기로 또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