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근태 거취 주목.. 감사원 조사 이후 외교안보라인 경질 추가 검토 -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회에서 이해찬 총리후보자에 대한 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는 대로 이날 오후나 늦어도 30일 오전쯤 통일, 보건복지, 문화관광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는 즉시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이 총리로부터 각료제청을 받을 예정이다. 또 청와대 인사추천위도 총리인준안 통과를 전제로 사전협의 절차를 밟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은 김선일씨 피랍 및 피살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이후 그 내용에 따라 불가피한 교체 사유가 발생할 경우 외교안보라인에 있는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일부 교체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의 이해찬 총리 인준 표결이 끝나면 기존에 검토돼 왔던 개각을 늦출 이유가 없다"며 "일단 3개 부처 개각을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는 기왕에 노 대통령이 천명했던 소폭 개각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며,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 정동채 의원을 통일. 보건복지. 문화관광부 장관에 각각 기용하는 당초 개각 방향도 그대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윤 대변인은 이날 정찬용 인사수석과의 협의를 거쳐 이렇게 밝힌 뒤 김선일씨의 피랍. 피살과 관련된 반기문 외교통상, 조영길 국방 장관, 고영구 국정원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관계자 등 외교안보라인 장관급 인사들의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규명과 사건 수습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개각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아직 '한다, 안한다'는 어떠한 방침도 서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찬용 청와대인사수석은 "개각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상황을 봐야한다"며 "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책임져야 할 부분과 사람이 있는지 정확히 판단한 뒤에 문책 여부를 결론짓는 게 순리"라고 말해 감사원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외교안보라인 장관급 인사들의 경질사유가 분명하게 드러날 경우 추가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교안보팀 외에 안병영 교육부총리, 강금실 법무장관, 지은희 여성장관 등도 추가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처럼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볼 때 일단 지금까지는 개각과 관련한 어떠한 기류변화를 감지할 수 없으나 당초 장관 교체 대상을 통일. 보건복지. 문화관광 등 3개 부처로 한정했던 노 대통령의 '초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정 전 의장과 김 전 원내대표의 거취에 주목되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정 전 의장이 외교장관으로, 김 전 원내대표가 통일장관으로 각각 기용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권에 '김선일씨 피살사건'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돌출한 만큼 노 대통령의 개각 구상에 상당한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관측과 함께 두 사람의 최근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뒷받침하고 있다.
 
의장직을 내놓은 후 2주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25일 귀국한 정 전 의장은 미국 방문 당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만났고, 김 전 원내대표는 '계급장' 발언이 파문을 빚던 지난 19일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회동한 뒤 신중한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 핵심부 내에서 사전 '교통정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된다면 차기 대권주자들이 갖는 '선택의 폭'도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가 개각을 앞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당초 입각 결심을 할 당시 내심 통일부 장관을 기대했던 김 전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2기 개각 구상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내심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최근 당. 정. 청간 '분양원가 공개' 논란 와중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논쟁을 할때는 계급장 떼고 하자'는 발언을 하면서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기도 했으나 김 전 원내대표의 주변에서는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통일부 장관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아 왔고, 일각에서는 교육부총리로 교통정리가 진행중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원내대표는 27일 저녁 이인영 의원 등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입각 문제를 놓고 심각한 논의를 벌였으며, 28일에는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도 만났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 전 원내대표 측근들 중에는 "김선일씨 피살 사건 등 여권에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어렵게 하고 개각에 차질을 주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며 아무런 조건없이 입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 인사들은 "전혀 준비가 안된 보건복지부로 가는 것은 부(部)를 위해서나 김 의원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각 고사를 권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김 의원이 김씨 피살을 계기로 파병과 외교.안보라인 인책과 관련된 개인성명을 준비중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김 전 원내대표가 입각 고사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됐기도 했으나 한 측근은 "아직 성명을 낼지 여부도 결정나지 않았다"며 "지금 시점은 참여정부뿐 아니라 지금까지 누적돼온 외교라인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해 대안을 모색할 시점이지 이를 파병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입각 고사설을 적극 부인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