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다음달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고 말해 자신의 재신임을 총선 결과에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야권의 정략적 탄핵 발의에 대해서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친인척, 측근 비리 등과 관련, "어떻게 책임을 이행할 것인가 고심해 왔다"면서 "야당이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고 자신도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는 결단을 피할 수 없다"면서 결단의 내용과 절차는 "열린우리당 입당 등의 계기가 있을 때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자신은 자리에 집착하지 않으며 구차하게 잔꾀를 부리지도 않겠다면서 진퇴를 걸고 책임을 지되 국정혼란과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질서 있게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재신임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가 좋은데 그 문제는 좌절된 만큼 지금의 갈등을 매듭짓고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총선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한국의 정치수준이 자신과 같은 사람을 그 자리에 두기가 곤란하다고 국민들이 인식하면 언제든지 결단을 내리겠다면서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잘 판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우회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기도 했다.

또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야권의 탄핵 발의에 대해서 정략적 탄핵공세에는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사과하라는 여론이 많은 것은 자신도 알고 있다"면서"국민들이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하면 언제든지 사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잘못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까 그냥 사과하고 넘어가자, 그래서 탄핵을 모면하자 이런 뜻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이와함께 노 대통령은 원칙이 있고 각자 책임을 질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시끄러우면 무조건 대통령이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그렇게 호도하는 것은 좋은 전통이 아니라고 말하고, "탄핵은 헌정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는 중대한 사태라면서 이런 상황을 놓고 정치적 흥정 거래의 선례를 남기는 것은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앞서 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대선자금, 측근, 친인척 비리 문제에 대해 부끄럽고 난감하기 짝이 없다면서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히고 기자회견 도중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통해 대선자금과 관련해 자신이 추측하고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금 규모는 거의 다 밝혀진 것 같다고 말하고, 특히 야당 대선자금과의 10분 1발언과 관련해 "구차하게 말하기는 싫지만 어차피 시비가 되고 있는 문제고 논의의 방향이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방향으로 갈 우려가 있는 만큼 언급하겠다면서, 대체적으로 대선자금에 있어서 야당에 비해 10분의 1일 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또 돈의 성격에 있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포함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수억원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형 노건평씨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을 비롯해 일부 친인척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국민들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병희 기자 byunghee@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