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민주당>

'민주당은 우리의 길을 간다' 합당설 불가 천명.. 수도이전, 전투병 파병 반대, 국보법 폐지 밝혀 -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우리나라는 총체적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고, 국민은 삶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당장 정쟁을 멈추고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새 출발'을 선언하고 재기에 나선 한 대표는 3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은 민생과 국가 안위를 외면한 채 아집과 독선, 쓸모없는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하는 등 4-15총선 이후 처음 갖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과 당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민생은 파탄직전, 신용불량자는 400만명, 청년실업이 8%달해 집집마다 신용불량자와 실업자로 넘쳐나고, 재래시장, 백화점 할 것 없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국민여러분 앞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국민통합과 개혁을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가장 먼저 국민을 편가르고 분열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통합의 정치와 함께 정쟁중지를 호소한다"며 네가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 대표는 우선 "여야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체성 논란을 즉각 중지하고,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 경쟁에 나설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면서 "국민의 삶을 외면한 정치권의 논쟁은 어떠한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장 정쟁을 멈추고 경제 살리기에 정치권의 에너지를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두 번째로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국론 분열이 심각한 상태"라고 자적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적 합의기반이 취약하다는 것과,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천도 수준의 수도이전이라는 것이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국민여론이 반대할 경우 법 적용을 달리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수도이전은 민생이나 국민통합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닌 만큼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세 번째로 이라크 추가파병 관련해 "민주당의 당론은 전투병 파병 반대"라고 공언한 뒤 "현재 이라크 상황은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게릴라전 양상으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추가 파병 병력은 사실상 치안유지를 위한 특전사 등 전투부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 넣을 수는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일제시대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남북간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미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를 폐지해야 한다"며 "대체입법으로 민주제도수호법(가칭)을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목포 발언' 이후 불거진 열린우리당과 합당설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대로 민주당은 우리의 갈 길을 간다"며 정면 부인한 뒤 "몇몇 의원들이 약간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의사를 밝혔는데 대통령께서 목포까지 오셔서 말씀하신 데 대한 예의 차원에서 원론적 입장을 표시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 대표는 지난 30일 노 대통령이 열릴우리당과 민주당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줄곧 불거진 합당론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까지 대통령이 만든 여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반드시 없어졌다. 없어 질 당하고 왜 합당을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면서 "협조해야 할 당이라면 뭐하러 분당했느냐. 분당할 때는 (민주당이)부패 정당이라서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 똑같은 민주당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말하니 그 양반 생각을 나도 모르겠다"고 비난하며 '정략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50년 전통과 수평적 정권교체 등에 성공한 저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예전처럼 100석을 넘기는 정당은 금방 못되겠지만 전통이 있는 만큼 길게 보고 가면 언젠가 되살아나서 정치의 중심에 설 것"이라며 재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편 한 대표는 회견이 끝난 뒤 성폭행 피의자를 검거키 위해 출동했다 순직한 경찰관들의 빈소가 마련된 가락동 경찰병원을 방문,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민생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난 1일에는 총선 이후 처음으로 전남신안군 하의도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2년전 방화로 생가의 절반 가량을 복원됐으나 미비한 점이 많아 학계 및 군청관계자, 섬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등 재정비를 위한 현지답사에 나서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생가 재정비는 지난 6-5 보권선거에서 당선 박준영 전남지사의 선거공약 중 하나인 광주 '김대중 기념관' 건립과 맞물려 추진되는 민주당의 역점 사업이다.

사실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했으며,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한국인이라는 점을 들어 광주와 하의도를 DJ의 땀이 서린 '민주화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차있으며, 이 사업을 한때 '리틀 DJ'로 불렸던 한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민주화와 세계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친 김 전 대통령의 평화 이념을 현 세대와 후손들에게 알리려는 목적에서 이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