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 '색깔론' 반박.. 박 대표가 주장하는 선진화는 뭐냐 '비판' - 정치권이 국가정체성 문제를 놓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국가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발언이 야당에 대한 여당의 불씨로 작용하면서 '색깔론'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당 운영위원회의에서 "국가의 정통성과 애국세력을 부정하는 일들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계속 이대로 간다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박 대표의 당 운영위 발언은 21일에도 삼성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와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박 대표가 19일 전당대회 이후 비정한 결심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는 대표수락연설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 점으로 보아 이날 발언 역시 대표수락연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표는 원내 제1야당의 대표로 앞으로 2년간 한나라당을 이끌고 갈 주역이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 지적한 '국가정체성' 거론 발언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대정부 투쟁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박 대표는 지난 20일에도 국가정체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으며, 최근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 한계선의 침범문제와 의문사위원회의 활동 논란 등 정부의 대북(對北)안보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때문에 연이어 계속되는 박 대표의 국가 정체성 위기 지적은 원내 제1야당의 대표로서 대정부 투쟁에 본격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와관련 배용수 수석부대변인도 "수십년간 지켜온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가치, 그리고 헌법정신이 불과 1년반 사이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있고, 안보마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배 수석부대변인은 특히 "현 정권이 교묘한 방법으로 국가정체성을 훼손시키면서 그것을 지켜온 애국세력은 망신을 줘서 설자리를 빼앗고, 도전했던 세력은 활보하게 하고 있다"면서 "간첩과 이적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민주화인사로 칭송받고 전.현직 군장성들을 '오라 가라' '불라 말라' 취조하는 이상한 나라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 수석부대변인은 또 "국군은 북한을 '주적 삼아도, 적개심을 가져도' 안되며, 침범하는 적을 격퇴시키면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과거정권에서 진급했던 장군들은 '문제군인' 취급을 받는 황당한 경우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십년간 반국가 활동을 해오면서 스스로 자기 죄를 알아 귀국을 못하고 망설이던 송두율씨의 경우 참여정부 들어 개선장군이 되었다"며 "참여정부는 국가정체성을 흔들어 덤핑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박근혜 대표가 '정부가 국가정체성을 흔들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말한 것은 '색깔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은 "최소한 121석의 한나라당 박 대표가 국정의 동반자로서 박정희 전대통령의 후광과 개인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성숙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국정의 중심에서 비판과 대안세력으로서 성실한 야당으로 자리 잡아 나가기를 기대했었다"며 "한나라당과 박대표가 지향하는 국가정체성은 무었이냐"고 반문했다.

열린당은 또 "수구보수와 친일부역, 개발독재, 냉전 반공이데올로기, 지역주의, 국가보안법유지, 남북한간 갈등조장과 전쟁공포와 공멸을 지향하는 것"만이 국가정체성이냐고 되물었다.

이평수 열린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새 대표에게 새로운 야당성을 주문했더니 느닷없이 케케묵은 색깔론과 사상투쟁으로 돌아간다면서, 박 대표가 대표수락연설에서 표방한 선진화가 이런 사상투쟁이나 정체성을 둔 전면전이라면 우리는 차라리 선진화대신 구석기시대로 가서 허망한 이념싸움 없이 살고 싶다"고 폄하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박대표의 언급은 최근 의문사위, 국가보안법 폐지추진, 북방한계선 관련문제에 비춰보아도 가당치 않다"며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작업은 친일부역세력의 득세로 인해 미뤄져온 현대사의 민족적 숙제를 푸는 일이고, 의문사위는 과거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다 일어난 인권유린사건의 실상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족을 팔아먹어도 방치하고 하늘보다 귀중한 인권이 폭압정치로 유린되어도 방치하는 사회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생각하는 선진화한 국가 정체성이냐"며 강력 비판했다.

김형식 부대변인도 "박근혜 대표, 고작 색깔론이며.. 최병렬 따라하기 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전면전을 선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무서울 것 하나도 없다 면서, 한나라당이 스스로 패망의 길로 가겠다는 데야 굳이 말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 대표의 이같은 전면전 선포 발언은 앞으로 열린당과 정부에 대한 1차적 경고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정치권은 또다시 급냉각 기류를 형성할 분위기다.

열린당은 어제와 오늘 이어진 박 대표의 발언에 '색깔론'이며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원내 1야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앞으로 2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일부의 비판적 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정부 투쟁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이번 대정부 전면전 선포 경고는 아직 시작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하지만 간첩이 민주화 인사가 되고 현역 장군들이 간첩출신 조사관들에게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는 현실 앞에서는 여론도 매우 잘못된 국정운영이라는 비판을 서슴치 않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박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정국은 머지 않은 기간안에 또 한번의 모진 풍파를 겪을 전망이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