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급속한 지지도 상승세를 타던 열린우리당이 총선 막판 들어 탄핵의 본질이 흐려지고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대국민 지지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위기상황에 돌입했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거대야당이 되살아나는 것은 역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에 또 다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강조하는 등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벼랑 끝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한 뒤 선거전에 들어오기 직전, 과반수를 넘어 170~180석 운운하던 기대는 환상이었고 거품이었다며 한탄과 책임을 통감했다.

정 의장은 이어 현재 한나라당과 원내 1당을 두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러다가는 110석 정도밖에 얻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선거의 본질은 부패세력과 탄핵세력에 대한 심판인데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가 버린 것 같다면서, 이는 역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며 미래 또한 예측할 수 없는 위기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역설했다.

이와함께 정 의장은 한순간의 개인의 말실수와 의회쿠데타를 감행한 역사적 죄과의 차이를 구별해 달라고 호소한 뒤 차떼기 세력과 지역주의 세력이 부활하고 있는 건 정말 피를 토할 일이라며 자신의 현재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부패정치, 탄핵 세력이 다시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면 이 나라가 정말 어려워진다면서, 거야 정국이 형성되면 당장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할 것이고, 개헌책동을 할 것이며, 정경유착이 되살아나고, 대선자금 수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의장은 노인 폄하 발언 이후 당의장직 사퇴를 고민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선거를 목전에 두고 당이 와해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쳐진다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오늘까지 당 의장직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의장은 열린우리당의 목표인 부패정치 청산과 지역주의 구도 타파, 국정안정과 국회개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돼 있음을 거듭 밝혔다.

정 의장은 또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주의의 망령이 부활하고 있고, 야당은 특정지역에 차떼기해서 남은 돈을 동원비로 집중 살포하고 있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한편 정 의장은 대통령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과반수 의석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유권자들이 탄핵음모와 당시의 충격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당부했다.

한병희 기자 byunghee@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