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경시 넘어 '천인공노'할 언행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총선을 14일 앞둔 시점에서 노년층에 대한 '경시' 발언으로 위기에 몰리게 됐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대구를 방문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총선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60∼70대는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며. 이들에게 미래의 결정을 맡길 필요는 없다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의 비난 발언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를 안해도 괜찮다..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라고 말한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 의장의 발언은 노년층에 대한 단순한 경시를 넘어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 살아있는 증인, 살아있는 공헌자들에 대한 결례이자 모독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60∼70대야 말로 나라와 사회를 위해 희생당한 세대이고, 일제시대와 전쟁을 겪고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 부은 세대"라고 지적하고, "미래는 20∼30대의 미래"라고 했는데, 과거없는 현재가 없듯이 60∼70대를 부정하면 20대의 미래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명색이 여당의 의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세대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의문이지만, 자신의 부모님께도 이런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열우당 정동영의장이 60대이상 국민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쉴 것을 요구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 행사까지도 제약하는 '천인공노할 언행'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들어 열린당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해서 제왕적 행태를 보이더니 이제는 60대이상의 국민은 사람취급조차 하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어떻게 공당의 의장이 60대 이상은 무대에서 퇴장할 사람들이므로 집에서 쉬라고 강권할 수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김영창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의장은 부모도 없이 이 세상에 홀로 존재했느냐며, 그 같은 시각이라면 노인은 퇴장할 사람이므로 존경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부대변인은 또 "선거를 이기고 지는 것은 두 번째 문제이고, 인간의 가치를 나이로 판단하여 선거참여까지 막는 '막된 짓'은 정치인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할 행태가 아니므로 정 의장의 발언에 인간으로서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정동영 의장의 망언은 오만불손한 행태와 기고만장한 작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열린당이 그동안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해 전국정당을 만들겠다는 대국민 약속들이 허구였음을 반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의 이같은 비판발언이 쏟아지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젊은층 투표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며 자신의 발언으로 오해가 있었다면 깊이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