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 저격수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곤경에 빠졌다. 홍 의원은 그동안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한 거액의 당선축하금 수수,썬앤문그룹의 대선자금 95억원 수수 등 대형 폭로를 주도해 왔다.

5일 국회 법사위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1300억원의 괴자금을 발견했다"며 하나은행이 발행했다는 액면가 100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만일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정권의 진퇴를 좌우할 수 있는 메가톤 급이었다. 그러나 홍 의원은 불과 몇 시간만에 문제의 CD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면책특권 뒤에 비겁하게 숨어 막가파식 망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도 "차 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당이 허덕거리고 있는데,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서슴치 않았다.

홍 의원도 당황한 눈치다. 그는 6일 "제보 받을 때 CD가 가짜일 수 있다는 전제를 했다"며 "어제 (위조로 밝혀진 뒤)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몰매를 맞을 일이 있으면 내가 맞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하나은행 확인 결과 계좌 번호,금액이 일치했고 13개 연결계좌도 확인했다. 1300억원의 실체는 확실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K증권 관련 계좌에 추가로 1200억원이 더 있고, 금융채 형태로 3300억원이 있어 전부 합치면 5800억원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돈이 정상적 기업자금인지, 개인의 정치자금인지를 특검이 밝혀야 한다"며 강경 기세를 유지했다.

한편 홍 의원이 K증권이라고 지목한 키움닷컴증권은 이날 "증권사의 통상적 영업활동인 은행-CD 투자자간 판매중개에 따른 거치계좌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금융채 전체 중개 액수는 24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병희 기자 byunghee@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