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전태일의 분신사건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호시탐탐 대남적화를 노리고 있던 북한으로서는 또 한 번의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 경제는 아직 본격적인 공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노동자 계급이 취약한 상태여서 김일성은 노동해방을 통한 남조선 혁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에 있었고, 비록 농업국가였지만 해방직후 이승만이 단행한 성공적인 농지개혁 덕분으로 지주와 소작인 계급이 모두 사라지고 대부분의 농민이 자작농으로 바뀌는 바람에 농촌에서도 소작쟁의를 일으킬 수가 없어서 중국처럼 농촌해방에 의한 혁명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김일성은 겨우 일부 학생 세포를 주축으로 한 지하공작을 전개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일성은 간첩을 남파하여 주로 학원가에 침투시켜 통혁당, 인혁당 등의 지하당을 구축한 뒤 이들로 하여금 주한미군 철수,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등의 이슈를 내걸어 대중들에게 민족감정을 자극하여 민중봉기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는 당시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지만, 순전히 레닌의 교시에 따른 것으로 이미 1920년대 한국인 최초로 공산당을 만들었던 이동휘(상해파)가 레닌을 면담하였을 때, 레닌은 “조선은 아직 공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노동자 계급이 없으니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하여 혁명을 완수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었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베트남 등 다른 농업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자유월남은 공산당의 민족해방을 내세운 성공적인 통일전선전술로 패망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5.16 후 박정희 정부에 의해 성공적인 경제개발 계획의 추진으로 급속도로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눈부신 성장을 하였으나 그 그늘에 전태일과 같은 비참한 도시 근로자의 일상이 늘어나면서 차츰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립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는 주한미군의 존재로 인해 6.25와 같은 전면전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자나깨나 남조선 내부에서의 자발적 민중봉기에 의한 혁명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김일성으로서는 실로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그로서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남한의 급격한 공업화 덕분에 노동자 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나 그들을 스스로 의식화시키기에는 지식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오늘날은 대졸자가 많아 대학을 나온 기능공이나 생산직이 흔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학 졸업자가 매우 귀하던 시절이라 생산직 노동자의 학력은 국졸이나 중졸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대졸자를 생산직으로 위장 취업시켜 이들 노동자들과 섞이게 한 뒤 의식화시키는 방법을 썼는데, 김문수(현 경기도 지사, 서울대 졸업 후 노동운동 전개)나 정윤광(서울 지하철 2대 노조위원장,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기능공으로 위장취업)등이 그 대표적 인물이었다.

이들은 주로 야학활동 등을 통하여 노동자들을 의식화시키고 좌익세포를 조직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들의 논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염증이나 불안감을 느끼고 중도에 이탈하려는 노동자들이 생겨나면 이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 여대생들을 미인계로 제공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이로 인해 다른 노동자들이 위화감이나 소외감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명이 이성을 공유하는 일도 흔했는데, 이는 김일성의 빨치산 시절부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러다가 서로 사랑으로 발전하는 커플이 있게 되면 동료 남자 대학생들은 그때까지의 태도를 돌변하여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거나 적극적으로 방해하려고 들었다.

조직을 위해 성의 혁명도구화도 서슴지 않던 이들이 정작 결혼문제에 있어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남편이 부인보다 무식하거나 학벌이 낮으면 안 된다며 보수적인 인식을 드러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의식화에는 야학과 별도로 선교활동도 중요한 방법의 하나였는데, 특히 그 중에서 ‘도시산업선교회(도산)’는 영세기업주들에게 있어서는 “都産(도산)을 만나면 倒産(도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영세 기업인들 역시 경제개발 당시에는 대기업과 재벌의 횡포에 시달리는 피해자였지만, 당시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재벌은 철저히 보호해준 반면 이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다.

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87년 6.10 사태 이후에야 노동쟁의가 가능하였던 반면, 당시 영세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소외당한 상태에서 都産(도산)을 만나게 되면 그들의 집요한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망하는 일이 태반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 都産(도산) 때문에 패가망신하고 자살을 택하는 영세기업주들도 속출했다.

당시 이들의 피해는 바로 1920~30년대 만주에 살면서 일본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치안의 진공상태에 있던 우리 동포들이 시도 때도 없이 김일성 같은 독립운동과는 하등의 상관도 없는 악질 비적(이들은 일본군이 무서워 일본인 부락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못하고 만만한 같은 동포들만 괴롭혔다.)들을 만나 재산이나 소출, 부녀자들까지 다 약탈당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는 일이 다반사였던 사실과 매우 흡사했다.

도산이 주로 중소기업을 침투대상으로 한 것은 당국의 특별한 보호나 감시가 없기 때문에 우선 침투하기가 수월하고 대기업보다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조건이 더 열악하여 이들에게 선전선동이 잘 먹혀 들어간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악질 재벌과 가난한 노동자들만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서로 갈등과 증오심을 일으켜서 혁명을 수월하게 하는데, 대만처럼 중소기업들이 튼튼하게 뿌리내리게 되면 그러한 구도형성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건전한 중소기업들을 말살하는데 투쟁의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당시 都産(도산)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적의 적은 동지’란 논리 하에 김대중․김영삼 등 일부 야당 정치인들의 비호를 받아가며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러한 적화투쟁을 전개해 나가던 都産(도산)의 중심인물이며 총무로 있던 인물이 바로 강재섭 대표에 의해 영입되어 현재 한나라당의 윤리위원장으로 있는 인명진 목사이다.

그 인명진 위원장이 지금 지난 번 국회에서 “광주는 해방구”라는 발언을 한 김용갑 의원을 반드시 징계하겠다며 날선 칼을 갈고 있다.

과연 김용갑 의원의 발언이 정말 징계를 받아야 할 정도의 수준이었나를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금년 6.15 당일 광주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필자는 김 의원과 아무런 인연이 없음을 먼저 밝힌다.

필자는 6.15 전날 자유개척청년단 간사로 있는 박정섭 동지로부터 “함께 광주로 가자”는 연락을 받았으나, 작년에 불의의 사고로 다친 다리의 상태가 좋지 않아 부득이 양해를 구하고 광주행을 사양했으며, 나중에 다녀온 이들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았더니 거의 어린 시절 반공영화에서나 보던 살벌한 상황들이 그대로 실제상황으로 연출이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해주기는 하였으나, 북한 조평통의 고위관리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조선노동당의 군중대회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전개되었으며, 남한의 공권력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무력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무사히 광주를 빠져나온 것이 실로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광주에서 금년 6.15 당일은 남한의 공권력이 실로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공산혁명의 ‘해방구’가 아니고 무엇인가.

김용갑 의원의 발언은 바로 이러한 대회 당일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지적하고자 한 것이지, 그 날의 대회와 관계없는 대다수 선량한 광주시민들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김 의원의 발언은 광주시민들을 모욕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열린당도 아닌 명색이 보수정당임을 내세우는 한나라당의 내부에서조차 정의화 의원 같은 비난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그도 모자라 김 의원이 해명까지 하였음에도 오히려 이를 꼬투리 잡아 그를 징계에 회부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인명진 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 의도를 분명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징계에 회부하겠다는 것은 순전히 광주시민들의 명예회복과는 관계없이 앞으로 또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적어도 한나라당 내에서 어느 누구라도 그런 것에 대해 입도 떼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에서 아무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 하는 이가 없고, 특히 극구 고사하는 인 목사를 당에 영입한 강재섭 대표조차 침묵하고 있는 것은 그 의도를 매우 의심하게 한다.

강재섭 대표야 말로 대표경선 과정에서 이기기 위해 이재오 의원에게 구차스럽게 색깔론까지 제기했던 당사자가 아닌가.

그래놓고 지금와서 당내 대표적 보수인사인 김용갑 의원의 징계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매우 기회주의적 작태로써, 이는 민자당 시절 김영삼을 내세워 박태준․박철언 등 민정계 라이벌들을 대거 제거했던 김윤환의 전철을 연상시키고 있다.

즉 강 대표는 앞으로 자신의 당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깐깐한 보수인사인 김 의원을 제재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그런 식으로 살았던 김윤환의 비참한 말로를 교훈으로 여기고 앞으로 인생을 똑바로 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자신만은 단두대를 만든 로베스 피에르의 운명을 따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취임 후 광주에 가서 사과발언을 함으로써 DJ에게 추파를 띄웠으나 결국 한나라당에 돌아온 것은 ‘DJ와 노무현의 회동’이라는 배신감뿐이었다.

강재섭 대표는 얼마 전 열린당의 정계개편 구도에 대해 “꼼수를 쓴다”며 비판하였지만, 자신이야말로 겨우 그런 정도의 ‘꼼수’로 DJ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 아닌가.

만일 정말로 그랬다면 DJ 같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국제 사기꾼으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을 너무 쉽게 본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러고서도 과연 ‘정치적 박약아’ 같은 그에게 제1야당 대표로서의 경륜과 자질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강 대표가 왜 느닷없이 호남에 가서 사과를 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런 얕은 수보다는 진정 가슴으로 다가가는 정책을 펼치고 묵묵히 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또 호남보다는 전 국민을 상대로 끌어안아야 하며, 최근 북한 특수부대 출신자의 폭로로 알려진 광주사태 당시 북한 특수부대 투입설과 같은 역사적 문제에 있어서도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이 있다면 당당하게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광주시민들의 진정한 명예회복을 돕는 길이며 맹목적인 아부만이 진정한 화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을 무산시켰고, 이재정 통일․송민순 외교 장관 임명을 유보시키는 등 야당으로서 실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들의 문제로 국회 본회의장에 한 시간이나 늦게 입장해 놓고도 임채정 국회의장이 이를 나무라자 이에 항의하여 사회자를 국회 부의장으로 교체시킨 일도 있었다.

그런 사소한 문제에는 큰 힘을 발휘해놓고도 정작 국가안보 문제나 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에 있어서는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북한의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20여 차례나 우리 해역을 통과한 것에 대해 국정원의 검색요청을 정부가 묵살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아무도 이를 따지는 이가 없다.

의원들 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는 목숨을 걸 각오로 덤비면서도 정작 이런 일은 골치 아프다고 모두 외면하는데, 그러면서도 보수정당이라 할 수 있는가.

최근 적발된 민노당-일심회 간첩단 사건 수사발표 초기에도 한나라당은 사건의 일관된 수사를 위해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의 경질을 적극 반대해놓고 나서는 다시 김만복 국정원장 임명에 동의해 줌으로써 이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11월 4일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민노당 방북단이 자신들의 만경대 방문에 대해 시비를 건 것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의 평양방문 당시 만경대 방문과 주체사상탑 방문 사실을 거론하며 맞대응하자 이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 모양 침묵으로 일관했고, 더 이상 간첩단 사건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작년에 GP 총기난사 사건 당시 당의 원내대표로 있던 강재섭 의원은 표 확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윤광웅 국방장관의 해임안을 밀어 붙였으나 부결되고야 말았다.

당시 민노당이 공개적으로 윤 장관의 해임을 반대하였으므로 사실상 해임안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므로 해임안 제출보다는 정치공세를 펼쳐 윤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으나 강 원내대표는 오히려 의아스럽게도 정반대의 전략을 펼쳐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윤 장관에게 탈출구를 제공한 꼴이 되었다.

이는 어찌 보면 원내대표의 전략 미스로 볼 수도 있겠으나, 최근 간첩단 사건에서 ‘윤 장관의 해임안을 부결시켜라’는 북한의 지령이 공개된 사실을 통해 볼 때, 단순한 전략미스가 아닐 수도 있으므로 공안당국은 이의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도 강 대표와 민노당 의원들을 즉각 소환, 조사하여야 할 것이나, 그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도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한나라당의 김 국정원장 임명 동의와 간첩단 사건에 대한 침묵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 외에도 원내대표 시절 강 의원은 여당의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빚을 내서 북한을 돕는 것이 목적인 국채발행동의안, 행정복합수도법 표결과 중과세 정책 등을 모두 통과시켜줌으로써 노무현으로부터 “야당이 겉으로는 반대하는 척 해도 어지간한 것은 다 통과시켜 주셨다”는 감사의 말까지 들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야당에게는 치욕적인 대연정 제의까지 들어야 했던 것이다.

특히 아직까지도 여야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그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한 그는 그 이전인 2002 대선 패배 직후에는 최고위원 중 가장 먼저 동반사퇴론을 주장하며 소장파에게 힘을 실어주어 당을 큰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된 이후에도 이런 무능과 무소신․약해보이는 이미지 등 당연히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비열하게도 인명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격려하는 등 기회주의적 작태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치열한 선거가 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당을 이끌어 나간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고도 뻔한 것이다.

차라리 강 대표는 당과 국가를 위해서 정계은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그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이영민 자유언론수호국민포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