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원, 한국 손실노동일수 일본의 111배 '충격'.. 경제팀 '무사안일' '책임회피'식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 - 노동계의 파업 등으로 인한 한국의 손실노동일수가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11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금융경제연구원의 발표는 심각한 국내 노사문화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행 산하 금융경제연구원의 25일 발표는 장기적인 침체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경기 침체현상이 "노사의 대립으로 발생하는 노동력 손실이 가장 큰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선진 노사문화 형성 등 보다 효율적인 노사풍토 조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날 연구원이 발표한 '경제성숙기의 성장 환경 변화와 대응 방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2002년 근로자 1000명당 한국의 연평균 손실노동일수는 111일로 같은 기간 일본과 스웨덴의 1일보다 무려 111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의 3일보다 37배, 영국 32일에 비해서는 3배 이상, 미국 56일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각각 많은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노사대립 현실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연구원은 지난 90년대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과 실질임금 상승률 차이는 2.5% 포인트로 실질임금 상승률은 생산성 증가율 범위 내에 머물렀지만, 2000∼2003년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과 실질임금 상승률의 차이는 -0.1% 포인트로 2000년대 들어 실질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손실노동일수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경제연구원은 "기업수익률 저하와 투자 부진, 생산성 둔화가 성장 잠재력 확충"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만을 지원하고 부실한 기업들은 퇴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직도 정부주도의 경제회생 방안이 '임시방편식' 관습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중소기업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고유업종제 및 단체수의계약 폐지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 등으로 중소기업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중소기업 구조조정 계획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경제연구원은 '노사의 대립으로 인한 노동손실'이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비해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고작 부실 중소기업 퇴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정도인 것이다.

연구원의 25일 지적처럼 "기업수익률 저하와 투자 부진, 생산성 둔화" 등에 정부가 집중 개선책을 마련하기 보다 '구조조정이 우선 시급하다'는 발상은 국내 경제팀의 정책 개선안에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만일 정부가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면, 먼저 일정 기한을 두고 퇴출 대상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추후 대책마련을 고려한 뒤 실시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다. 그런데 정부는 무작정 기업들을 퇴출시킴으로 인해 발생되는 실업자 급증과 그로 인한 국가적 경제손실 등 여러가지 악영향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다음달 17일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는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직장이탈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 실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국내 경제팀의 수뇌부인 재정경제부 역시 '시장경제는 꼬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론을 제시하면서도 장기적 경기침체 현상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경제팀의 이같은 대안부재 현상은 국내 경기불황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은행이나 카드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 중소기업 회생자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경제부실의 해소 방안을 중소기업 구조조정 정도에 맞춰놓고 있으니 침체된 경기불황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드사태의 책임논란에 대해 23일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 여전업법이 개정될 때까지 금감위는 여전협회 감독이나 인.허가권이 없었다"면서 "그 때 카드에 대해 (본인이)관여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카드정책의 변화에 대해 협의를 받은 적도 없고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경제팀 수장의 발언이 이 정도면 한국의 경제침체현상은 절대 개선될 수 없음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경제관료가 지난 시절의 잘못된 정책부분은 현실에 맞게 뜯어고쳐 국가 경제의 부흥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정책 탓으로 일관하는 것은 한국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 병폐문제를 떠나 경제관료의 자질까지 의심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금융경제연구원이 밝힌 극심한 노조파업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은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재경부와 노동부 등 정부 기관이 앞장서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처, 국가 경제의 장기적 침체현상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의 중소기업 구조조정 등의 정책 대안으로 오늘의 경제불황 돌파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국내 경기침체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