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3일 '국민연금 개선대책'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장기체납 저소득자도 일정기간 연체금 면제.. 정부 발표안 '여론수습용' 의혹 짙어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3일 생계가 어려운 연금미납자 에 대한 체납처분을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장기체납 저소득자에게도 일정기간 연체금 면제해 주는 등 국민연금 제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국민연금 개선제도는 점점 거세지고 있는 비판여론을 완화시키려는 일시적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날 발표된 국민연금제도 개선안에는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이나 신용불량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을 미납한 경우 체납 처분을 완화하고, 생활이 어려운 장기체납자에게는 일정기간 연체금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또 국민연금에 대한 민원을 국민의 입장에서 조사하는 '국민연금 옴부즈만'을 8개 대표 지사에 설치, 국민들의 불만사항을 적극 수렴해 제도개선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기까지는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된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지만, 실제로는 여론 무마용이라는 성격이 짙다.

개선안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연금 보험료를 미납하더라도 체납 처분에서 제외되는 대상은 △단기 소액 미납자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더라도 실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자 △신용불량자, 부도사업자 △국세, 지방세, 각종 공과금을 미납하는 등 생계가 어려운 자 △계절적 요인이나 치료비 증가 등으로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었거나 생활이 어려운 자 △성실납부를 약속하고 이행하는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임금 채권이나 개인 택시 등 유일한 생계수단은 압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IMF이후 장기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인해 지난 몇 년 전부터 사업체의 부도현상은 계속 이어져 왔고, 생계곤란으로 국세나 지방세 등의 체납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개인사업자의 경우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도록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스스로 개선에 앞장서기보다는 여론의 비판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제도 개선방안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발표한 개선안에는 이미 IMF직후부터 이어져 온 대상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제도 개선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즉 정부의 발표안에는 IMF이후 의례히 계속된 사회현상에 한정된 것이지 결코 적극적인 개선 의지로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정작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위한 혜택방안을 마련한다면 좀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금 미납자에 대한 면제처분 기준완화와 연체금 전액을 대상으로 한 '소급적용'(완전한 부담감 해소) ▲본인이 희망하지 않을 경우 연금 가입대상에서 완전 제외될 수 있는 자율적 선택제도 마련(일반 보험회사에서도 연금 취급) ▲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없어지도록 공단운영의 투명화 등 좀더 선진화된 제도 정착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3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선안 중에는 '옴부즈만'제도를 이용해 국민연금에 대한 민원 중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상시적으로 발굴, 정부에 건의하는 과정을 시스템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부의 이같은 '옴부즈만'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오래전 부터 갖고 있는 내용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에 대한 문의 사항이 있어 관할 지역공단에 전화 한통 하려면 대부분은 통화가 불가능하고 이러한 인식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 이미 고착화 돼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옴부즈만'이라는 제도를 두고 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어 연금정책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대국민 홍보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정부가 3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선안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상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일시적인 여론 수습용으로 이같은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면 그것은 분명 오래가지 않아 또다른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ws.com